
닥터섬보이 1회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의외로 가볍고 재밌다는 점이었다. 단순한 의학 드라마가 아니라 코미디와 로맨스,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휴먼 드라마가 적절하게 섞여 있었다.
도지의는 잘나가던 성형외과 전문의다. 하지만 군 복무 대신 공중보건의를 선택했고, 하필이면 외딴섬 편동도로 발령을 받는다. 문제는 그가 바다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만 봐도 불안해하는 사람을 사방이 바다인 섬으로 보내버렸으니 시작부터 인생이 꼬여버린 셈이다.
1회 초반 가장 중요한 설정은 바로 훈련소 동기가 알려준 '3사 법칙'이다.
사건.
사람.
사랑.
이 세 가지를 조심하라는 경고다.
도지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 말이 앞으로 드라마 전체를 관통할 핵심 복선처럼 들린다.
편동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는 첫 번째 소동이 벌어진다. 바다 공포증 때문에 수면제를 먹고 승선한 도지의는 약 기운에 육하리가 바다로 뛰어드는 환각을 본다. 그리고 진짜라고 착각해 자신도 뛰어내리려다 육하리에게 제대로 얻어맞고 기절한다.
눈을 떠보니 이미 편동도 보건지소.
알고 보니 혼자 배 안에서 난리를 치다가 쓰러진 것이었다. 1회 최고의 코믹 장면이었다.
이후 캐리어까지 뒤바뀌면서 또 한 번의 소동이 이어진다. 짐을 찾으러 돌아다니다 개에게 쫓겨 나무 위로 올라가는 굴욕까지 당한다.
그런데 육하리의 캐리어 안에서 항암제인 차복시펜이 발견된다.
항상 밝고 씩씩한 모습만 보여주던 육하리의 숨겨진 사연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짧은 장면이지만 앞으로의 스토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중요한 복선이었다.
닥터섬보이 1회에서 도지의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 순간은 마을 이장 박춘식 사건이다.
단순히 체한 것 같다는 말에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겼겠지만 도지의는 달랐다.
흉통.
왼팔 저림.
증상을 듣고 즉시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한다.
응급약을 투여한 뒤에도 안심하지 않았고 결국 선착장으로 향하던 이장이 쓰러지자 곧바로 CPR을 실시한다.
섬 생활 적응 능력은 형편없지만 의사로서의 실력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1회 엔딩은 화려하지 않지만 꽤 인상적이다.
응급헬기로 환자를 이송한 뒤 다시 배를 타야 하는 상황.
도지의는 트라우마 때문에 선착장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얼어붙는다.
그때 육하리가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그의 귀에 헤드폰을 씌워준다.
천천히 흘러나오는 음악.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도지의.
그리고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보는 육하리.
짧은 장면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닥터섬보이 1회는 시작부터 3사 법칙 중 두 가지를 모두 보여줬다.
사건은 이미 시작됐다.
사람도 만났다.
이제 남은 것은 사랑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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