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 뒤에서 담배 피우는 두 사람 1화는 반복되는 직장 생활에 지친 중년 남성 사사키의 하루에서 시작한다. 화려한 사건이나 거창한 목표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루하루 밀려드는 업무를 견디고, 퇴근 후 잠시 숨을 돌릴 장소를 찾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사축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사사키는 늘 피로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그에게 특별한 취미나 스트레스를 풀 만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사키가 남몰래 위로받는 방법은 평소 즐겨 피우는 담배와 단골 슈퍼에서 일하는 여성 점원 야마다의 사근사근한 접객이다.
야마다는 사사키에게 개인적으로 특별한 말을 건네거나 적극적으로 가까워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계산대에서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밝은 태도로 일할 뿐이다. 하지만 일에 지친 사사키에게는 그 짧은 인사와 미소만으로도 하루를 견딘 보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사키가 야마다를 바라보는 마음은 처음부터 연애 감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야마다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위로받고, 힘들었던 하루를 잠시 잊는 정도다.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지 않고 멀리서 조용히 응원하는 마음에 가깝다.
사사키가 늘 야마다가 있는 2번 계산대에 줄을 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굳이 말을 걸거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하지 않으면서, 야마다의 친절한 응대를 잠시 경험한 뒤 집으로 돌아간다. 사사키에게는 그 짧은 시간이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휴식이다.
하지만 일에 유난히 치였던 어느 날 밤, 사사키가 슈퍼를 찾아갔을 때 야마다는 계산대에 보이지 않는다. 하루의 마지막에 기대했던 작은 위로가 사라진 데다, 담배를 피우며 마음을 가라앉힐 장소마저 쉽게 찾을 수 없다.
요즘은 밖에서도 마음 편히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다. 야마다도 만나지 못하고 담배를 피울 곳도 발견하지 못한 사사키는 평소보다 더욱 의기소침해진다. 바로 그때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그에게 말을 건다.
사사키에게 “여기서는 담배를 피워도 돼”라고 알려준 사람은 조금 특이한 복장을 한 여성 타야마다. 밝고 단정한 모습으로 계산대에 서 있던 야마다와는 분위기부터 말투까지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인물이다.
타야마가 사사키를 데려간 곳은 슈퍼 직원들이 사용하는 뒤편의 흡연 장소다. 야마다를 만나지 못해 아쉬워하던 사사키는 뜻밖에도 슈퍼 뒤에서 처음 만난 여성과 나란히 담배를 피우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짧은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손님과 직원이라는 정해진 관계도 아니고, 서로 잘 보여야 할 이유도 없는 공간이기에 대화는 계산대 앞에서보다 훨씬 편하게 이어진다.
슈퍼 앞에서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바쁘게 오가지만, 건물 뒤편의 흡연 장소에서는 잠시 시간이 느려진다. 지친 사사키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조금씩 꺼내놓을 수 있는 새로운 휴식 공간이 생긴 것이다.
타야마는 사사키가 늘 2번 계산대에 줄을 서는 사람인지 묻는다. 사사키가 야마다를 보기 위해 일부러 같은 계산대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타야마는 사사키가 야마다에게 마음이 있는 것 아니냐고 거침없이 추궁한다. 야마다는 귀엽고 몸매도 좋으며 남자친구도 없는 것 같으니, 사사키가 혼자 좋아하며 흐뭇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다소 짓궂은 말도 덧붙인다.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은 사사키는 당황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설명한다. 야마다에게 개인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멋대로 위로받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사키의 대답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야마다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있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거나, 손님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가까워지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받는 위로는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감정이라는 선을 지키고 있다.
그 말을 들은 타야마는 마음이 놓였다는 반응을 보인다. 야마다에게 또다시 귀찮은 진상 손님이 붙은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마다에게 다른 목적으로 접근하는 손님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말도 전한다.
타야마는 사사키에게 앞으로도 계속 점잖은 아저씨로 있어 달라고 부탁한다. 장난스럽게 시작된 대화였지만, 이 말을 통해 타야마가 야마다를 얼마나 잘 알고 있으며 그녀를 지키려는 마음까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후 슈퍼 계산대에서 야마다를 다시 만난 사사키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듣는다. 야마다는 사사키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타야마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사사키 씨가 제 팬이시라면서요?”라는 야마다의 말에 사사키는 크게 당황한다. 자신은 그저 조용히 야마다의 접객에서 힘을 얻고 있었을 뿐인데, 그 마음이 당사자에게 전달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야마다는 사사키의 마음을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사사키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계산을 마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그런 사사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야마다는 다시 담배를 피우러 오라고 말한다. 사사키는 야마다와 타야마가 친한 직장 동료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가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청자는 그 말에 다른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계산대에서 다정하게 웃는 야마다와 슈퍼 뒤에서 거침없이 말하는 타야마는 사실 같은 사람이다. 사사키만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모든 대화에는 재미있는 오해가 더해진다.
야마다는 슈퍼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을 때 친절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타야마로 있을 때는 옷차림부터 말투까지 훨씬 자유롭고 장난스럽다. 사사키가 두 사람을 별개의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사키는 야마다 앞에서는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하지만, 타야마 앞에서는 생각보다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말한다. 야마다에게는 직접 하지 못할 이야기도 타야마에게는 털어놓는다.
타야마는 그런 사사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산대에서는 알 수 없었던 그의 진짜 성격을 알아간다. 사사키 역시 야마다와 같은 사람인 줄도 모른 채 타야마에게 점점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한 사람을 두 사람으로 알고 있는 사사키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그 모습을 지켜보는 타야마의 관계가 작품의 가장 큰 재미다. 시청자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사키는 모르기 때문에, 평범한 대화 한마디에도 웃음과 묘한 설렘이 동시에 생긴다.
야마다가 계산대에 없을 때마다 사사키는 슈퍼 뒤에서 타야마와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처음에는 우연히 허락받은 흡연 장소였지만, 점차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익숙한 공간으로 변한다.
사사키는 자신에게 담배를 피울 장소를 알려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준 답례로 타야마에게 쌀과자를 건넨다. 거창한 선물은 아니지만, 사사키다운 소박하고 부담 없는 감사의 표현이다.
이후 계산대에 있던 야마다는 사사키에게 평소 자주 구입하는 쌀과자가 맛있는지 묻는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받아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자꾸 손이 간다고 말한다.
사사키는 자신이 타야마에게 준 쌀과자를 야마다가 먹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는 오히려 야마다와 타야마가 굉장히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쌀과자를 나눠 먹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사사키가 두 사람의 관계를 엉뚱하게 상상하는 순간 야마다는 재채기를 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둔한 아저씨가 자신을 두고 이상한 상상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남긴다. 정답 바로 앞까지 다가가고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사사키의 둔감함이 1화의 마지막까지 유쾌한 분위기를 만든다.
작품의 제목과 배경에는 담배가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흡연 자체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오가는 두 사람의 대화에 있다. 직장에서 쌓인 피로와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이 슈퍼 뒤편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조금씩 풀린다.
사사키와 타야마는 서로의 삶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무리하게 사생활을 묻거나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나서지도 않는다. 그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동안 함께 서서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지친 어른에게는 그런 짧은 시간이 예상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특별한 조언보다 아무렇지 않은 대화 한마디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사키에게 야마다의 접객이 그랬듯, 이제는 타야마와 보내는 시간도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새로운 휴식이 된다.
두 사람이 연인도 친구도 아닌 애매한 거리에서 시작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있지만 아직 그 관계에 이름을 붙일 단계는 아니다. 그렇기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이 더욱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1. 피로에 지친 중년 직장인 사사키
거창한 꿈보다 하루를 무사히 버티는 것이 먼저인 사사키의 모습이 현실적인 공감을 만든다. 야마다의 짧은 접객에서 위로받는 이유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2. 야마다와 타야마의 전혀 다른 분위기
계산대에서는 다정하고 친절한 야마다가 슈퍼 뒤에서는 자유롭고 짓궂은 타야마로 변한다. 같은 인물이 보여주는 두 가지 모습이 작품의 핵심 재미다.
3.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사키
시청자는 야마다와 타야마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사사키만 이를 모른다. 정답에 가까이 다가가고도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사사키의 반응이 웃음을 준다.
4. 슈퍼 뒤 흡연 장소에서 오가는 대화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짧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다. 별것 아닌 대화가 지친 하루의 위로가 되는 과정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5. 쌀과자로 연결된 야마다와 타야마
사사키가 타야마에게 건넨 쌀과자를 야마다가 먹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이 같은 인물이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그런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사키의 둔감함이 재미를 더한다.
슈퍼 뒤에서 담배 피우는 두 사람 1화는 피로한 직장인의 일상과 두 사람 사이에서 시작되는 작은 인연을 잔잔하게 담아냈다. 사사키는 야마다의 접객에서 일방적으로 위로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타야마와의 만남을 통해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상대를 얻게 된다.
타야마 역시 사사키가 야마다에게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점잖은 아저씨로 남아 달라는 말에는 경계심과 함께 사사키에 대한 작은 신뢰도 담겨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사사키가 야마다와 타야마의 정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야마다에게는 말하지 못할 마음을 타야마에게 털어놓고, 타야마와 나눈 이야기가 다시 야마다의 입을 통해 돌아온다.
계산대의 야마다를 보며 위로받고, 슈퍼 뒤의 타야마와 담배를 피우며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는 사사키.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가 언제 알아차리게 될지, 그리고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이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1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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